뉴스보도

1994년 중앙일보 자원봉사 캠페인, 봉사로 기쁨찾자

1회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6-05-26 18:57
조회
12926
보도날짜
1994.07.07
◎따뜻한 손길펴면 모두가 한가족/나누는 기쁨 베푸는 보람/산업화속 곳곳에 “그늘”/건강사회 만드는 지혜필요
이웃을 돌아보는 작은 마음씨와 손길에 공동체의 미래가 걸렸다.세계가 한마을로 좁아지고 인류가 한가족이 된 지구촌시대,너와 내가 모두 사람답게 살기 위해 이웃을 향해,세계를 향해 마음을 열어야 한다.그리고 따뜻한 눈길로 서로 돕는 손을 내밀어야 한다.70년대 이후 선진 여러나라에서 사회개혁의 새로운 처방으로 제시돼 지구촌 전역에 확산되고 있는 자원봉사의 이념은 급속한 산업화과정을 겪으며 규범 상실·공동체 해체의 위기에 직면한 우리 사회에서 더욱 절실한 지혜다.
중앙일보는 최근 박한상군사건·안보 위기·노사분규등 일련의 사태를 통해 드러난 우리 사회의과제들을 해결하고 모든 시민들이 염원하는 통일·복지사회로 가기위해 시민들이 사회개혁의 주체로 나서는 자원봉사가 시급한 시대적 과제라는 판단에 따라 『봉사로 기쁨찾자』를 주제로 관련단체·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장기 캠페인을 시작한다.독자·시민 여러분들의 성원과 적극적인 동참을 기대한다.

서울 영등포종합사회복지관에 가정봉사원으로 등록해 3년째 토요일 오후 한나절을 불우어린이들을 위해 쓰는 여대생 J양(22). 그녀에게 자원봉사의 기회는 우연히 찾아왔다. 92년 여고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한 J양은 어느날 길거리에서 휠체어를 탄 어린이를 만났다. 여고 1학년때 버스안에서 만난 휠체어 소년을 외면하면서 느꼈던 죄책감의 기억이 선명히 되살아났다.한국어린이재단의 전화다이얼을 돌렸고 교육을 받은뒤 사회복지관에 배치돼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했다.
『30분만 장님아닌 장님이 돼 봅시다.』
검은 천의 복면을 쓰고 시각장애인처럼 더듬거렸던 자원봉사자 교육의 충격적인 경험을 그녀는 지금도 잊지 못한다. 그녀가 사회복지사의 안내로 처음 만나 지금껏 돌보는 불우어린이는 Y양(당시 7세·국교1년).
부모가 가정불화로 가출해 날품으로 가계를 꾸리는 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Y양을 토요일 오후마다 방문해 한나절씩 함께 떡볶이도 먹고,산책도 하고,산수공부도 같이 하며 언니·동생처럼 몇번을 지낸 어느날 그녀는 Y양이 쓴 일기장을 보았다 .삐뚤삐뚤한 글씨로 맞춤법조차 틀리게 쓰여진 일기장에는 둘이서 피자도 먹고 노래방에도,롯데월드에도 갔다는 거짓의 상상이 가득차 있었다.
어린 Y양에게 J양은 엄마이고 언니이자 「가족들과 다정하게 손잡고 나들이를 나서는 아빠」이기도 했던 것이다.J양은 자신의 작은 봉사가 한 소녀의 성장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깨닫고 숙연한 기분이었다.그녀는 자원봉사에서 새로운 「가치창조」의 기쁨을 맛본다고 말한다.
J양처럼 바쁜 생활 속에서 시간을 쪼개 사회복지시설이나 불우가정을 찾아 노인·장애인·불우아동등을 돌보는 자원봉사자들이 우리 주변엔 있다. 그러나 Y양처럼 자원봉사의 따뜻한 손길을 기다리는 사람과 분야들이 수없이 많은 반면 J양과 같이 작은 사랑을 실천하는 마음과 손길은 너무 모자란다. 기억력을 잃고 몸놀림도 부자유스러운 치매(노망)노인,휠체어도 탈수 없을만큼 몸을 가누지 못하는 장애인,밥짓고 빨래하고 청소하는 일들이 힘겨운 소년·소녀 가장,돌볼가족이 없어 혼자 살다 고독하게 죽어가는 노인….
보사부는 당장 이웃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만도 줄잡아 2백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한다.
세계가 한 생활군으로 묶이는 문명전환은 또 좁은 민족국가의 울타리를 넘어 지구촌 전역에서 전쟁고아·난민·기아 등 인종과 국경을 초월한 자원봉사의 손길을 부르고 있다. 아무런 보수도 바라지 않고 스스로의 결심으로 작으나마 이웃을 위해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는 자원봉사자의 출현이 목마른 것이다.
김기선 한국사회복지협의회 복지부장은 「자원봉사의 출발점은 이웃에 대한 작은 관심·애정이다. 그러나 이는 일시적인 연민이나 충동만으론 지탱이 어렵다」고 말한다. 거액을 사회복지기관·단체에 기꺼이 기부하는 등 보통사람이 흉내낼 수 없는 선행을 베푸는 사람도 우리 주변엔 적지않다. 그러나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작지만 정성이 깃들인 개개인의 자율적·자의적·적극적인 자원봉사자가 빗물처럼 모여 강과 바다를 이루는 것이다. 그래야만 건강한 사회의 초석이 바로놓을 수 있다고 복지전문가들은 말한다.
자원봉사가 생활화돼 있는 구미 여러나라의 경우 미국·캐나다는 전체 인구의 25%가 순수 사회복지분야에서 활동하며 환경·범죄 등 각 분야까지 합치면 50%가 이웃에 어떤 형태로든 봉사를 한다.
미국의 경우 순수 사회복지분야만도 해마다 약3천7백만명이 종교단체·학교및 보건의료·공공기관등에서 이런저런 형태로 연간 2백40억시간의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이를 돈으로 따질 수야 없지만 경제적 가치만도 미국인들이 1년에 받는 총임금의 5%에 상당하는 연간 70억달러(약 5조6천여억원)가 자원봉사로 창출된다는 계산이다. 이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자원봉사의 실태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이제 겨우 결음마의 수준이다.
보사부는 순수 사회복지 분야 자원봉사 인구를 전체시민의 약 1% 수준인 40여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중 70%는 여성이며 그나마 여러가지 요인으로 중도에 그만두는 사례가 많다. 1년미만 중도 탈락자가 전체의 58%에 달하며 3년이상 지속하는 경우는 17%에 그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법률상담및 무료진료등을 위한 전문인력 부족 ▲자원봉사자 교육의 비전문성 ▲자원봉사자 양성및 관리체계 미흡 ▲자원봉사 수용태세부족등을 우리 사회에서 자원봉사 활성화의 장애로 꼽는다. 이 모든 문제들부터가 이제 시민들이 팔을 걷고나서 풀어가야만 할 과제다.

김영섭 기자

[중앙일보 게재일=1994.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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